[7박8일발리] Day4 낀따마니 화산과 바뚜루 호수
발리 여행에서 유일하게 자유여행을 위해 스케쥴을 비워둔 날! 오빠가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짜보라고 했다 :)
남들보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폭풍서칭한 결과 낀따마니 화산 자전거 투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레저에 돈을 많이 쓴 상태라서 추가 액티비티를 신청하긴 부담스럽고, 우리끼리 가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여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다.
호기로운 우리는 왕복 150km는 될 거리를 1. 기사 딸린 차량, 2. 손수 운전하는 오토바이 중 2번으로 가기로 한다.
이런 패기있는 젊은이들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
꾸따를 막 벗어나려고 하는데, 교통경찰에게 딱걸렸다. 오빠의 국제운전면허가 지난 달 만료라 조마조마한 상황인데, 나는 것도 모르고 오오 신기한 경험이네 생각하면서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경찰관은 운전면허를 쓱 보고는 뭔가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듯 했지만 오빠는 못알아듣는 척 하고 나는 사진기를 들이밀고 하니 어이가 없었는지 허니문이냐고 묻고는 그냥 가라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
블루투스 스피커로 k-pop을 틀고 한참을 달리다가 엉덩이가 배겨서 도저히 못앉아있겠고 잠깐 휴식을 요청했다.
주변 조경이 이국적이라(당연한데돜ㅋㅋ) 신나서 폴짝폴짝 거리며 사진 찍는 중
그 이후에도 엉덩이가 배기는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바뚜루 호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오오! 영광의 순간이다.
이 곳은 투어하는 서양인들이 좀 있었는데, 관람객으로서의 동양인은 우리밖에는 없었다.
나는 낀따마니 화산과 바뚜루호수를 풍경삼아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는 안고프지만 테라스가 있는 현지식당에 들어갔다.
테라스에 앉아서 본 낀따마니 화산
화산 옆에 위치한 거대한 바뚜루 호수.
조용히 풍경 감상이나 하려 했더니, 식당 바로 근처에 닭 키우는 곳이 있어 꼬끼오 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닭에게 조용히해!를 외칠뻔한 순간에 나온 음식.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그냥 평범했던 듯 하다.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나시고랭을 시키면 꼭 오이, 토마토, 새우칩이 데코되어서 나오더라??
아무튼 시끄러워 빨리 식사를 마치고,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화산에 더 가까이 가보기도 한다.
여기는 확실히 고도가 높아 얇은 바람막이로는 택도 없이 춥다. 여름이라 두꺼운 옷을 안 챙긴 게 실수였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화산 암괴들이 곳곳에 있는 들판을 발견!
이야- 이런 곳이 바로 화보를 찍는 곳이구나!! 분위기 잡는 법은 모르고 마냥 신난 나
구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대로 화산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험해져갔다.
일반 오토바이로 오프로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흙길도 아니고 이런 돌멩이 투성이 길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구글 맵 정말 대단하다 이런 길까지도 알고있다니!!
오프로드의 경사가 점차 가팔라질 무렵 현지인이 탄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를 추격했다.
여기서부터는 안전 상의 이유로 관광객이 가이드를 대동하지 않고는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아니 가이드투어는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되어있을텐데, 여기서부터 길안내만 하는데 그 돈을 다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사실 이만큼 온 데 지치기도 해서 ㅋㅋㅋ) 우리는 쿨하게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방향을 호수쪽으로 돌렸다. 어디로가면 호수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무작정 달렸더니, 정말 코앞에서 호수를 볼 수 있는 공원이 나왔다.
큰 강이나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바뚜루 호수! 호수도 파도가 일렁이는 게 신기했다. 우리가 관람객 같아 보이자 통통배를 탈 것인지 현지인이 다가와 물었는데, 그냥 눈으로만 보고싶어서 거절했다.
하늘과 구름도 어찌나 예쁜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화산과 호수 보고싶다는 한마디에 여기까지 태워와 준 오빠>_< 정말 고마워!
오토바이로 가면 길을 어떻게 아냐고? 운동화끈으로 핸드폰을 고정시켜 구글 내비를 틀어두었다. 아 정말 머리 좋다니까 ㅋㅋㅋ
아참, 오빠가 핑크색 오토바이를 빌린 게 내가 핑크색 헬멧을 쓰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서였다고 한다. 이런 섬세한 남자!
정말 현지인들만 다닐 것 같은 촌동네들을 지날 때 오빠가 가게에 멈춰섰다. 저런 기계에서 기름을 넣어준다는 게 신기했다. 오빠는 이 주변은 다 이렇게 기름을 넣고, 여기는 기계라도 있지 다른 곳은 그냥 병에 담긴 기름을 넣어줘서 못미덥다고 했다.
기름을 넣고도 또 한참을 달리며 구경한 발리의 논과 마을
큰 나무 아래쪽을 보면 소 두마리가 있다. 야자수잎만 빼면 여기가 한국인지 발리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 오빠가 닌자 포장만 보고 산 아이스크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닌자야? 맛은 있었다고 한다.
행군을 하는 보이스카웃처럼 우리도 씩씩하게 우붓으로 자리를 옮겨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