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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choejuhwa 2016. 12. 22. 11:49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국내도서
저자 : 사사키 후미오 / 김윤경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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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나는 추리닝 2벌로 수험생 생활을 보냈다. 더 중요한 공부에 시간을 쓰고 싶지 무슨 옷 입을지 고르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사복을 제복화 한 개념을 똑같이 생각했던 거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그 희생한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 대학에 들어와서는 옷과 가방 등 소비재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다. 철이 바뀔때마다 옷을 새로 갖고 싶어했고, 일 년에 한 번씩은 부모님을 졸라서 가방을 구입했다. 그러다가 혼자 쓰는 방에 있는 붙박이장이 터져나갈 정도가 되고, 계절이 바뀌는 내내 한 번도 꺼내 입지 않는 옷들이 많아지고,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네 하고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때부터 '소유'의 개념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어느정도 괜찮다 싶어 구입하는 물건이 없어야겠다, 하나를 구입해도 오래 쓸 수 있고, 계속 설렐만한 물건만 구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수많은 물건들에 대한 구입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바로 결혼이다. 그동안 내가 전혀 구입할 일이 없었던 의식주에 관련된 수많은 가구, 가전, 소품 등을 구입해야 한다(내가 미혼인 직장동료에게 '요새 나의 고민의 주제가 굉장히 생소하다. 예를 들면 얼음정수기 냉장고 하나를 살까, 냉장고는 냉장고대로, 정수기는 정수기대로 따로 살까를 고민하는 식이다'라고 이야기하니 동료도 '어머, 정말 살면서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종류의 것들이에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게다가 이 물건들에 대한 소유는 내가 사랑하지만, 거의 30여 년 간 따로 살았기 때문에 나와 삶의 방식이 다른 한 남자와 공동으로 하는 것이고, 이 물건들을 구입할 때 돈을 지불하는 주체는 남들이 뭐라건 우리집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동차와 에어컨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해오신 검소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의 부모님이다. 당연히 서로 갖고 싶은 물건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어느 물건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나의 최근 몇 주는 상대와 나의 입장을 바꿔가며 '이 물건이 나의 결혼생활에 필요한가?'를 언급하고(주로 남자친구와 대화 시에는 내가 필요없다는 입장, 부모님과 대화 시에는 내가 필요하다는 입장), 의도치않게 감정 상해하고를 반복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대화를 집을 어떻게 꾸미고,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보내고 싶은 지에 대한 심도 깊은 얘기를 배체한 채 하나의 물건을 소유하느냐 마느냐로(예를 들어, '집에 TV가 없으면 안돼?', '집에 스타일러가 있어야 해?') 대화를 시작하다보니, 이래서 결혼 준비할 때 다들 많이 싸운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는 남자친구가 예물로 뭘 받고싶냐고 물어 '핸드백'이라고 답했다가 생각없이 말한 것 같아 후회하기도 했다. 스무살때부터 로망이었던 명품가방이 있긴 했지만, 가격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이런 걸 사달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평소에 수수한 나와는 그 가방이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그 가방을 선물받게 될 경우 내가 스무살 때부터 매년 하나씩 생겨서 7-8개가 되어가는 백화점 중저가 브랜드의 내 가방들은 더더욱 더스트백 밖으로 나올 기회가 사라질 거라서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이 계속 들 것이 눈에 보였다. 명품가방이 갖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때 고민해서 구입한, 지금 내 나이대가 아니면 더이상 들기 어려울 것 같은 가방들을 좀 더 사용하고, 그것들 중 몇 개를 처분하게 된 뒤에 그때 내 비상금으로 그 가방을 사는 편이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이런 일들을 겪다보니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정리되지 않은 내 생각을 상대에게 설명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실용서들이 그렇듯 책은 술술 읽혀서 반나절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버리고 싶은 물건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했고, 광고에 현혹되고 남이 가진 게 부러워서 뭔가를 더 소유하고 싶어하는 심리에 대한 반성도 했다. 


특히나 추억이 있어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사진 찍어 보관하자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을 했다. 저자의 말대로 "물건을 버리는 것과 물건에 얽힌 추억을 버리는 것은 완전히 별개"이지만, 그 물건에 쌓인 추억, 선물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손편지, 기념티셔츠 등이 꽤 되기 때문이다. (그 버리지 못하는 물건의 소유자가 내가 아니고, 나와 같이 살게 될 타인이라는 점이 한가지 걸리지만. 남자친구가 내가 기념일에 선물한 포장지 하나까지 간직하려는 모습을 보고는 그 마음이 고맙고, 귀엽기도 했지만 '앞으로 선물할 때 과대포장하지 말아야겠다, 오빤 못버릴 테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걸 혹시 알려나.)


또 많이 공감했던 부분은 자주 쓰지 않을 물건은 소유하지 말고 빌려서 쓰자는 것이다. 저자는 집에 보관만 하고 2-3년에 한번 쓸까말까한 물건은 과감히 없애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 물건이 비싼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청소하고 관리하는 고생만 더 들게 하기 때문이다. 잘 안 쓰는 물건을 치운 집들의 예시 사진이 앞에 실려있는데, 첫인상은 다소 휑 해보였지만, 연상되는 무언가가 없는 탁 트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한 선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집에 퇴근해도 쉬는 게 아니라, 집안일이 쌓여있어서 주말도 정신이 없다는 거였는데, 물건이 적으면 매일 되풀이 할 집안일도 적어지기 때문에 온전하게 가족과, 또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참 좋을 것 같다. 책에서는 이 개념을 이렇게 뒷받침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팀 캐서는 '시간의 여유'는 행복으로 직결되는 반면 '물질의 풍요'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