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엄마의 한컷육아일기(2018~)
D+23 끝나지 않는 악몽같은 시간
choejuhwa
2018. 3. 5. 19:28
퇴원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남들은 조리원 3주 있었다고 하면 부럽다고 하겠지만, 바깥구경을 한달 가까이 못하다보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 분만 이후 두 번 더 재봉합 수술을 하다보니 이제는 조리고 뭐고 그냥 회음부 부위만 무사히 아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지, 오후에 이상한 낌새가 들어 의사쌤을 호출하니 합병증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퇴원을 미루고 다음날 오전에 한번 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결정하고 이전보다 더 큰 공포감이 들었다. 남들은 일주일이면 회복된다는데, 나는 한달 가까이 고생하고 있으니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었다. 이번에 수술한 후에도 또 결과가 안좋으면 그땐 정말 어떻게 살아가지 싶고, 몸 회복이 안되어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거니와 아내 노릇, 엄마 노릇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밀려왔다. 신랑이 옆에서 위로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날 밤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수술대에 올라서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수술이 끝나니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며칠은 마음이 편하겠구나. 대변을 보는 게 봉합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어 금식 처방이 내려졌는데 이마저 행복했다. 나을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싶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딸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서 나는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완전히 몸이 회복되면 지금 사랑해주지 못한 부분 두배, 세배로 예뻐해주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