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스러운 연애(~2017)

D+122~124 정선 2박3일 캠핑

choejuhwa 2016. 6. 6. 21:16

4월 경주 글램핑에서 살짝 발을 담근 후 본격적으로 떠나는 첫 캠핑!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는 길, 여느 때처럼 운전중인 오빠의 한쪽 손을 잡고 이동!
오빠의 애완견 융이가 내 무릎이 침대인줄 알고 잔다 ㅎㅎ

캠핑가는데, 나보고는 몸만 오라고 하더니 오빠가 아예 이삿짐을 꾸려왔다.
이 많은 게 오빠 집에서 나왔다니 신기할 따름 ㅋㅋㅋ

멍뭉이부터 집 위치를 정해주고 텐트를 설치합니다!

텐트 위에 그늘막, 텐트 안에 충전식 침대, 앞에 돗자리, 옆에 테이블과 의자 석쇠, 벽쪽에 영화스크린까지 설치 완료!
캠핑장이 캠핑 공간에 제약이 없어서 널찌막하게 우리 영역을 잡았다.

아주 늦은 점심 준비 중. 2박 3일동안 계속 숯불에 구울 예정 ㅋㅋ 첫 끼는 양갈비와 대하구이

오빠는 해산물을 싫어하는데 나를 위해서 새우를 샀다고 한다. 그 맘이 예뻐서 새우만 연속으로 계속 먹었더니 나중에는 머리는 못먹겠더랑 ㅎㅎ

야식으로 먹은 닭꼬치! 오빠가 인터넷에서 캠핑용 음식 파는 사이트에서 한꺼번에 주문한건데 간단하게 야외식을 하기 좋에 손질돼서 배송이 왔다.

도착해서 텐트치고 밥만 먹었을 뿐인데 해가 진 고로, 분위기있게 우리만의 영화관 영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우리만'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을 틀었더니 캠핑 온 집 자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같이 관람을 했다. 부모들 중 한 명은 고맙다며 튀긴 생선과 맥주를 가져왔다.

우리는 내용도 모른 채 아이들을 위한 쿵푸팬더3 상영을 마치고, 오빠가 재밌는 거 하러 갈래 묻고는 차에 태웠다. 내비에 ㄱㅇㄹㄷ라고 찍길래 그게 뭐야? 강원랜드? 하니까 눈치가 늘었다고ㅋㅋㅋ 그런데 나는 강원랜드가 서울랜드처럼 놀이동산인 줄 알았지 카지노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는 정선의 카지노! 입장권 줄이 엄청 길었다. 이 중 반절은 우리처럼 호기심에 구경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반절은 도박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랄까.. 그렇게 보였다.

참고로 카지노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우리는 돌리는 룰렛 한번 해보고 좀 둘러보다가 다시 돌아왔다.

오빠가 야식을 먹자고 해서 새벽 두시에-가족 단위 캠핑장이라 모두 잠든 시각에- 최대한 조용히 재료를 준비해 양념닭발을 익혀먹었다. 주변에 빛도 없어 밤 하늘에 별은 많고, 그 별들을 감상하며 호호 불어가며 먹는 닭발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우리집은 원래 야식을 안즐기고, 저녁도 웬만하면 7시 이전에 먹는데, 놀러와서는 야식 먹는 재미가 있다.

다음날 아침, 인기척이 나자 오빠네 멍무이 융이가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융이랑 나랑 원거리 텔레파시 샷

산을 등지고 텐트를 쳐서 뒷배경이 푸릇푸릇 예에뿌다. 나의 스웨그한 패션은 자연과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뭐 어때 :)

내가 셀카찍고 놀고있을 때 오빠는 아침 목살바베큐파티를 준비했다.
내 얼굴보다 큰 꼬기꼬기 >_< 고기는 언제나 옳다!

캠핑에 오니까 참 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아침 준비해서 먹고 치우다가 좀 쉬면 점심 준비하고. 먹기위해 캠핑에 온 것처럼, 준비에 공을 들인다.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이번 점심은 비교적 간단히 먹기로 했다.

3분 카레와 3분 마파두부, 연어 통조림과 햇반. 밑반찬 빼고 레토르트 음식의 향연이다. 그리고 역시나 맛은 보장받을 만하다.

윤제문 닮게 나온 사진. 사람들은 오빠의 패션을 보고 뭐라했지만, 그냥 내눈에는 멋지다 ㅋㅋㅋ
왜냐면 위 아래 다 나와 커플옷이기 때문에 하하하하하하

물가에 놀러간 사진을 못찍었는데, 캠핑장 1분 거리에 강이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강은 1급수여서 그냥 손에 땅만 닿아도 다슬기가 잡혔다. 처음에 뭔지도 모르고 몇몇분이 채집 중이길래 따라서 잡았다. 캠핑장 사장님께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해감 한 후에 된장국 같은 데 넣어 먹으라고 했다.

다슬기를 이끼로부터 구출(?)하고 있는 사이에 오빠 친구 부부가 도착. 저녁 바베큐를 (또) 준비했다.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야채와 명이나물을 사와서 고기 맛이 두배가 되었다. 웃긴건 오빠가 손님 대접한다고 숯을 몽땅 넣었더니 고기굽는 판에 불이 붙고, 고기는 타고 아주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ㅋㅋㅋㅋ 우리 오늘 안에 먹을 수 있어? 라면 끓일까? 결국 고기도 먹고 라면도 먹었다.

밥 먹는 사이에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정리를 마치자 오빠가 기타를 잡아맸다.
항상 차 트렁크에 기타를 넣고 다니는데, 바로 이런 때 분위기 잡으려고 였나보다. 

장작을 사서 불을 피우니 꽤나 낭만적이다. 비록 듣고자 하는 이와 연주해주는 이의 니즈가 불일치해 제대로 된 곡을 많이 듣진 못했지만, 그냥 내 남자가 가만히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해주는 순간 자체가 참 좋았다 :)

깜깜해지니 확실히 기온이 확 떨어져서 가진 옷을 전부 걸친 후에도 이불을 덮어야 춥지 않았다. 융이도 들어오고, 오빠도 옆에 있고 완성체 셀카!
이 사진이 쌩얼이라 내가 예쁘진 않은데, 표정이 행복해보여서 참 마음에 든다!! 

신박한 오빠의 스크린이 빌을 발한 시간. 캠핑장에 있던 천막에 빔을 쏘니 누워서 보기에 그만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어제처럼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인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야외영화상영회를 조용하게 즐길 수 있었다.


1박만 했다면 아쉬웠을 듯한 정선에서의 캠핑. 6월의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한 게 아니라 물에 들어가거나 밤에 돌아다닐 땐 으슬으슬했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탁 트인 자연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딱히 뭔가 하지 않아도(그렇지만 계속 뭔가 하고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날은 정선 레일바이크를 탈까 했지만, 당일예약이 모두 찼다고 해서 바로 올라왔다. 기회는 언제든 있으니까 :) 우리의 첫캠핑,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