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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choejuhwa 2016. 7. 4. 09:08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국내도서
저자 :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 / 김명남역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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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그러다 더 나중에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으며 남자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농담이었지만, 이것만 보아도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깔려 있는가, 그것도 부정적인 함의가 깔려 있는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하고, 브래지어도 싫어하고, 아프리카 문화를 싫어하고, 늘 여자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화장을 하지 않고, 면도도 하지 않고, 늘 화가 나 있고, 유머감각이 없고, 심지어 데오도란트도 안 쓴다는 거지요.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들이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웨이터들은 매번 남자에게만 인사를 건네고 나는 무시합니다. 그 웨이터들의 태도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사회의 산물일 뿐이고, 나도 그들이 일부러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님을 알지만, 무언가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들이 나를 무시할 때마다 나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입니다. 속이 상합니다. 그들에게 나도 남자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나도 똑같은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때로는 사소한 일이 가장 아픈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남자들에게 저지르는 몹쓸 짓 중에서도 가장 몹쓸 짓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인해야 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아를 아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사실 그 자아는 더 취약해 집니다.

또한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대단히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의 그 취약한 자아에 요령껏 맞춰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전제 자체를 의심한다면 어떨까요? 대체 왜 여자의 성공이 남자에게 위협이 되지요? 만일 우리가 남자의 기가 죽는다는 말 자체를 없애기로 결정한다면요?

 

여자들이 그 모든 압박에 대해서 그냥 싫다고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렇게 말하기야 쉽지요. 하지만 현실을 좀더 까다롭고 좀더 복잡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화를 겪으면서 사회에 퍼진 개념들을 내면화합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남편과 똑같은 학위를 받았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집안일을 거의 도맡는데, 이건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렇죠. 내가 그보다도 놀란 점은 남편이 아기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내가 "고마워요"라고 말한다는 거였습니다. 만일 그녀가 남자가 자기 자식을 돌보는 것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면 어떨까요?

 

남자든 여자근,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