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끝까지 가볼까/1604 Bangkok

[3박5일방콕] Day3_ ①걸어서 왓 프라깨우와 왕궁

choejuhwa 2016. 4. 25. 20:00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싶어서 갈비국수를 파는 나이쏘이(Nai Soi)에 방문했다. 여기도 아마 방콕에 방문하는 한국인이라면 다든 들르는 한국인 대상 맛집일 듯 싶다. 나는 문득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이 곳이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런던에 갔을 때 버거앤랍스타에 한국인과 중국인만 바글바글한 걸 본 이후로는 외국에서 알려진 식당을 방문할 때 여기가 정말 현지인들에게도 맛있는 곳인지 항상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Dry Stewed Beef(With Fine Cut Rice Noodle, M size, 80B), Beef Soup(With Fine Cut Rice Noodle, M size, 90B)이다. 초록색 풀만 보면 고수일까 두려워 "No 팍치(고수)"라고 말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는 알수 없지만 왼쪽에 올려진 풀은 다행히 고수가 아니라 미나리 향이 났다.

 

가게에서 나와 왕궁을 향하는데, 과일가게 선반을 어린 아이가 닦고 있는게 너무 귀여워서 도촬했다. 같이 있는 어른은 현지사람같았는데, 둘의 관계가 궁금했다. 투숙객의 자녀였을까? 하긴 싸얌에서도 현지 보모와 함께 있는 서양 어린이를 자주 봤다.

 

여유롭게 쉬는 여행을 상상했던 친구는, 이런 베낭여행같은 스케쥴 너무 힘들다며, 스타벅스로 나를 이끌었다. 우리 나라 돈으로 아메리카노를 사먹을 가격으로 카페라떼를 마실 수 있다.

 

빵빵한 에어컨 아래에서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땡볕으로 나갈 시간! 왕궁은 첫날 정처없이 가다 방문한 싸남 루앙의 앞에 있으므로, 우리는 또 튼튼한 두 다리만 믿고 길을 나섰다.

차 이외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롭 크룽(Roap Krung)강을 따라 걷는 길.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현지인들과 다르게 와이셔츠 차림의 말끔한 사내였다. 우리한테 어느나라 사람인지 묻더니 한국 좋다고, 한국인들 예쁘단다. 본인이 교사라서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다고 "예뻐요"를 말한다. 그러더니 태국말 몇 개를 가르쳐주겠다며, 감사합니다(컵 쿤 캅), 이거 얼마에요?(타오 라이 캅) 등을 손수 메모에 적어가며 설명해줬다. 우리는 방콕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네! 라고 생각하며 이 사람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는 우리의 목적지가 왓 포(Wat Pho)냐고 묻더니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아침 8시 반이면 여는 왓 포가 오늘 하필! 부처님 오신 날이라서 내부 세레모니로 인해 11시에 연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또박또박 글씨까지 적어가며 설명해준다. 내가 이 상황이 신기해 사진을 찍자, 사진에 본인이 등장해도 좋단다.

그래서 이런 것도 자유여행의 묘미지 하며 우리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정말! 지나치게! 친절하게도 마침 근처에 9-face budda를 관람할 수 있는 Gallery가 있다고 소개해줬다. 거기까지 가는데 운하보트를 타면 2000B인데, 그건 너무 비싸니 뚝뚝을 타고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길 가던 뚝뚝을 본인이 불러 세워주는 게 아닌가?

"어머 그래? 근데 난 걷는 게 좋아. 안녕" 라고 말하고는 쿨하게 자리를 떴다. 그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나는 2000B나 드는 운하보트를 설명하느라 그가 그린 지도가 지나치게 상세한 것에서부터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방콕 여행 전 왕궁 근처에서 오늘 왕궁이 묻 닫아서 대신 좋은 곳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이야기하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걸 책에서 읽은 게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암튼 정말 별 일이 다 있네 생각하며 정말 왕궁이 문을 늦게 여는지 두 눈으로 보고자 계속 걸었다.

 

왕궁의 흰 벽이 나왔다고 다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고, 계속 계속 걸어야 한다. 흰 벽과 대비되는 깔끔한 정원이 우리의 목적지가 한때 태국 왕실 거처였음을 실감케 했다. 왕궁에서는 예를 갖춰야 하므로 복장을 신경써야 한다. 내 복장이 제대로인지 아닌지는 지나가보면 알 수 있다고 책자에 써있다. 적합하지 않은 차림인 경우 경호원이 옷을 대여해주는 곳으로 안내한다. 나는 긴 원피스에 긴소매 가디건, 운동화를 신었으므로 당당하게 입장했다.

매표소에도 안되는 복장에 대해 안내판이 붙어있다. 참, 매표소에 다다르기 전 짐 검사하는 코너가 있었다. 짐 검사라 해봤자 형식적이고, 검사한 가방에는 리본을 달아준다(이벤트인가?ㅋㅋ)


왕궁은 왓 프라깨우와 합쳐서 500B의 입장료를 받는다. 앉아서 제대로 먹는 한 끼 식사를 대략 90B로 본다면, 꽤 비싼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입장권이 여러개인 이유는 왕궁+왓 프라깨우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두씻궁과 왕실 동전-휘장 박물관 입장권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여행 당시에 몰랐을 뿐더러 알았더라도 더운 날씨 탓에 지쳐서 방문하지 않았을 것 같다.

표를 끊고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다. 우양산을 들고있는 사람이 꽤 많다. 게다가 싸얌 쇼핑몰보다 많은 인파에 압도당한다. 단체 중국인 관람객들은 역시나 많다.


나도 양산을 들었다. 태국에서 낮에 내리쬐는 태양빛은 우리나라 한여름보다도 더더 압사할듯 쨍하기 때문이다.

 

왓 프라깨우는 왕궁 내에 있는 왕실전용 사원이다. 유럽에 갔을 땐 이런 유적지에서 오디오가이드를 빌려 적극적으로 관련된 배경을 탐색했는데, 여기서는 너무 덥다보니 아무 의욕이 없었다. 사진 후딱 찍고 그늘로 숨는 것 외에는! 게다가 비슷한 건물이 많고 내부가 커서 우리가 이 방향으로 보면 다 보는 게 맞나 싶은 느낌이 드는데, 원래는 시계방향으로 관람하면 동선이 효율적이라 한다.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프라 몬톱(phra mondop)' 앞에서 포즈 잡기. 당시에는 이 화려한 모자이크 건물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는데, 사원의 도서관이라 한다.

 

원숭이의 얼굴에 사자의 하체를 지닌 황금빛 수호신, 싱하 파논(Singha Panon)

 

반은 새에 반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된 텝 키나리(Thep Kinnaree). 자신의 연인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잘한다고(내 얘긴가?ㅋㅋ)

 

종 모양의 황금탑의 이름은 '프라 씨 라따나 쩨디(phra si ratana chedi)'로 부처님의 유골(갈비뼈)이 안치된 곳이라 한다. 여행 가이드 책자에 소개된 걸 실물로 보니 신기해 함께 찍었다.

 

우린 너무 무더운 날씨로 금방 지쳤고, 다른 단체관광객들은 열심히 설명을 듣는 벽화 앞 계단에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 올해 초 템플스테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절 벽화에는 많은 부처님의 일화가 그려져 있어 교육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하나하나 스토리를 알면 재밌다고 들었다. 좀 덜 더울 때 가면 의욕적으로 살펴봤을텐데, 이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왕궁을 들어설 때 한국어로 된 지도 및 간략한 소개 책자를 준다. 구글 번역기를 쓴 건지, 문장이 매끄럽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영어가 아닌 한글판도 제공한다는 점은 높이 산다.

 

왕궁과 사원을 지킨다는 약사(yaksa). 사찰의 입구에서 보는 사천왕 느낌이다(실제로 비사문천 수하에서 마귀를 쫓는 수비신이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다). 나는 그런 의미따윈 잘 모른채 그냥 내가 예쁘게 나오면 그만이다.

  

딱 봐도 가장 인기가 많아보이는 저 낮은 꽃담 너머의 황금 기둥 건물은 '프라 우보솟(phra ubosot)'으로 에메랄드 부처가 있는 대웅전이다.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현지인들이 한켠에서 앉아 예불을 드리고 있길래 우리도 잠깐 앉아 부처님께 소원을 빌었다. 내 친구는 중요한 결과를 앞두고 있어 헌금도 냈다.

건물에서 나와 화려한 모자이크 벽 장식(Mirror Mosic Orgament)을 배경으로 셀카

 

단체로 긴 치마를 구입하셨나, 하와이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형형색색 예쁘다.

 

 

내부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쁘라삿 프라뎁비돈(prasat phra dhepbidorn).

 

 

태국의 근위병은 흰 옷을 입고 있다. 내가 말 걸어 봤는데, 눈도 안마주치고 꼼짝도 안한다.

너무 더워 뭔지모를 음료를 사먹었더니 꿀이 들어간 국화차였다(25B). 국화차를 따뜻하게만 마셔봤는데, 시원한 것도 향이 은은하여 좋더라.

 

귀빈 접견실과 연회장으로 쓰였다는 짜끄리 마하 쁘라쌋(Chakri Maha Prasat) 앞에서. 건물이 사원에 비해 유럽풍인 거 같은데, 나만 느끼는 건가?
왼쪽에 초록색에 빨간 테두리 지붕 건물은 국왕의 즉위 행사가 열리는 프라 마하 몬티안(Phra Maha Monthein)이라고 한다. 왕궁에서는 이미 더위에 지칠대로 지쳐서 건물별로 사진을 찍거나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그냥 쓰윽- 지나쳤다.

다음 목적지인 왓 포(Wat Pho)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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