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5일방콕] Day4_ ②방콕 아트&컬처 센터와 고메 마켓
나는 미술관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하루도 기념품만 쇼핑하는 것 보다는, 이 지역의 미술관을 들러보고 싶었다. 마침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디자인 등 현대 예술 전시 및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인 방콕 아트&컬쳐 센터(Bangkok Art and Culture Center, BACC)가 싸얌 파라곤 근처에 있었다.
저층에는 아티스트들이 갤러리와 아트샵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아기자기한 아트팬시점에서 구입한 시계와 엽서들!
그 중 시계는 House of T라고, 황도12궁을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 브랜드의 상품이었다. 내가 "발레하는 사슴"인 줄 알고 구입한 시계는 궁수자리였다. 윽, 미리 의미를 알았다면 처녀자리를 샀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독특한 디자인이고, 시계를 볼 때마다 방콕을 떠올리게 될 예정이라서 기분이 좋다. 작년에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스와치를 사면서, 파리에서 스위스 브랜드를 사나 싶으면서도 이제 이 시계를 볼 때마다 파리가 떠오르겠지 하는 나만의 상징을 만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지에서의 쇼핑은, 상품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 그 때의 내 추억까지도 같이 구입하는 거라는 게, 나의 여행 쇼핑 개똥철학이다.
(아래 사진 클릭하면 "House of T" 홈페이지로 이동)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더 올라가니, 감각적인 인디핑크 벽에 보태니컬 아트(인 줄 알았더니, 스케치 작품 전시였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가까이 가봤다.
Lines From Three Lives라는 기획전시였다. 전시 제목은 스케치를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세 명의 아티스트가, 그들의 삶 전반에 걸쳐 즐겨 온 스케치 작품을 한데 모았기 때문에 붙여졌다. 정말 이게 비전공자의 작품이란 말이야? 싶을 정도로 개성있는 수준급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늘을 세밀한 점선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크로키로 아랍권 피사체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대충 그린 것 같은데, 뭘 그린건지 확 알겠다. 남친이 어렸을 때 크로키 대상을 받았다고 한 게 떠올랐다. 예술과 낙서는 한 끝 차이인가? 나도 틈날 때(예를 들면, 회의시간 지루할 때) 스케치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층에 올라가면 본격적인 미술관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가방은 갖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안내데스크에 맡겨야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7층의 "electri c+a-l" 전시. 사진 속 대상, 장소 등에서 나는 전자음을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제공하는 현대미술 전시이다.
작품마다 번호가 있고, 오디오가이드에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작품의 소리가 나온다. 작품이 번호순대로 배치된 게 아니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는데, 삼각대를 두고 서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은 아티스트인데, 내가 작품을 감상하는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는 거였다. 나는 다음 전시의 피사체가 되는건가 기대하며 사진 찍히는걸(?) 허락했다.
멀리서 본 electrical 전시장의 모습
8층 the eyes of thailand 전시. 컨셉을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편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사진이 늘어져 내리는 신기한 모습. 어떻게 제작된 건지 궁금했다.
Freedom cannot be stimulated 작품. 작가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로컬 신문 위에 이런 글자를 쓴지는 모르겠지만, 미술작품은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인 것 같다.
전혀 안어울리는 배경에 항상 pink man이 등장했던 연작. 나는 이렇게 위트있는 작품들이 좋다.
이건 당췌.. 어디까지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 싶은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던 작품. 어떤 남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실물 크기의 마네킹과 결혼한 이벤트를 기록해둔 것이다.
9층의 작품들은, 어떤 미술대회 수상작들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아이들의 사진과 그들의 꿈이 그려진 모형이었다.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이 마치 꿈을 향해 걸어가는것처럼 희망차보였다.
그렇게 BACC 관람을 모두 마치고, 마분콩에 잠시 들렀다. 싸얌 파라곤이 잠실 롯데나 판교 현대를 연상시킨다면 마분콩은 잘 발달된 지하상가나 객지의 작은 쇼핑센터를 떠올리게 한다. 짜뚜짝 시장에서 본 아이템들도 많고, 이미테이션 제품을 찾기에 적합한 쇼핑몰이다.
그래도 사람은 많고, 삼성은 광고를 크게 한다.
늦은 점심으로 마분콩 4층에 위치한 버거킹에서 세일하는 치킨버거(59B)를 먹었다.
케첩을 플라스틱 용기에 덜어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또 버거의 고기 종류(닭, 돼지, 소)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신기했다. 다양한 종교 때문일까? 우리나라 버거킹에는 없는 풍경.
마분콩의 점포들은 우리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점심만 먹고 다시 싸얌 파라곤으로 이동했다.
고메 마켓에 들어왔는데, 아주아주 큰 이마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뭔 식료품 매장이 이렇게 큰지 다 돌면 기운이 없을 것만 같았다. 나는 가족과 회사동료들에게 줄 간단한 간식만 구입하면 됐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없이 구경하다가 이벤트를 구경하게 되었다. 갑자기 Pharrell Williams의 Happy가 매장 안에 크게 울려퍼지더니 곳곳에 있던 고메마켓 점원들이 대열을 이루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추는 점원들의 표정이 웃고있어서, 보는 관객의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다.
일찌감치 쇼핑을 마치고, 친구를 기다리느라 입구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는데 웃음이 났다. 나 빼고 앉아있는 사람이 다 현지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전세계 어딜가든 쇼핑장소에서 남자들은 기다리는 역할을 하나보다. ㅋㅋㅋㅋ
엘베 앞 전신거울에서. 발레를 하고 자세가 교정되어 다리모양이 예뻐진 것 같다고 혼자 자기만족 했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아 마지막으로 방콕에서 꼭 사야만 하는 게 뭐였지 생각해보다가 나라야에 다시 들러 생리대를 넣고다닐만한 크기의 파우치를 하나 더 구입했다. 70B 하나 사면서 현금이 없어서, 카드를 제시하면서 되나 안되나 조마조마했는데 결제를 해줘서 신났다.
이로써 방콕 쇼핑일기는 끝- 이제 쑤완나품 공항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