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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따 해변은 서퍼들의 천국이다.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파도라서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실제로 모래사장에 수영은 금지되어 있고 서핑만 허용한다는 팻말도 있다.

조식 먹기 전 루프탑에서 바라본 꾸따 해변. 이른 아침인데도 정말 부지런한 서퍼들.

2층에 가서 조식 뷔페를 먹었다. 아침을 원래 먹지 않는 오빠도 퀄리티에 감동받아 매일 기다렸을 정도로 우리 숙소의 조식은 괜찮았다.

빵, 와플, 즉석계란류, 과일, 샐러드, 시리얼, 음료 코너

요리류

보면 서양인들은 본인의 기호에 따라 한 접시에 담아오던데, 꼭 이렇게 한상차림 하는 건 한국인이었다 ㅋㅋㅋㅋ

뭐 어때, 물에서 놀면 에너지 소모가 많으니까 나는 든든히 먹겠다!

커플 래쉬가드를 맞춰입고 꾸따 해변에 도착!

이때까지는 첫 서핑이 나의 외모를 얼마나 망가뜨릴지에 무지하여 나름 꾸민 상태였다. 

인도네시아의 시간관념은 한국처럼 철저하지 않아서,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강사를 기다려야 했다.

오빠가 웃는걸 보아하니 지루한 내가 까불까불 거렸나보다.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더운 날씨임에도 몸이 으슬으슬해서 그늘보다는 햇빛 아래에서 쉬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사계절 선크림을 바르고 그늘만 찾아다녔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자연광에 오래 노출될 줄이야!

기다리는 시간이 하도 지루하야- 연애 초기에만 딱 할 것 같은 이니셜 하트 모래놀이를 주최했다.

정말 고운 모래라서 갖고노는 촉감이 좋았다.

오빠를 강제 소환해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하트 그림자 사진도 남겨야 한다! 나는 연애 초기니까 하핫

나는 초보니까 서핑보드 중 롱보드를 타야한다. 물에 들어가 망가지기(?) 전 기념사진.

웃고 있는 건 다 허상이다. 하핫

 

우리는 한국인 서퍼들에게 정평이 나있는 "와얀"에게 배우기로 했는데, 와얀 정말 재밌는 친구였다.

한국인 학생이 많다보니 영어 반 한국어 반 섞어 쓰는데,

영어로 설명은 전문적으로 차근차근 해주고, 한국어는 개그코드이다.

"애기파도 괜찮아", "나쁜 파도 기다려" 이런 식의 말이 왜이렇게 재밌던지 배꼽 잡으며 웃었다.

 

보드는 항상 내 몸의 옆에 두어야 한다. 나보다 덩치 큰 보드를 처음에 잘 다루지 못해 내팽겨쳤다가 파도에 휩쓸린 보드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았는데, 별이 보일 정도로 머리가 띵했다.

내 몸의 옆에 보드를 두고 허리 정도 수심으로 들어가면 보드를 파도에 수직으로 놓고 해변을 향해 보드 위에 엎드린다.

1. 파도가 내 뒤 3m쯤 되면 패들링을 시작하고, 1m 뒤에 오면 패들링을 빠르게 한다.

2. 파도위에 보드가 위치하면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들고 3. 오른발을 먼저 짚은 후 4.일어나며 왼 발을 짚는다.

나는 3번까지는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꼭 무서워서 왼발을 디딜 때 손을 놓지 못하고 균형을 잃었다.

 

나보다 살짝 경험이 많은 오빠는 나름 엄마파도에서도 파도를 탔다.

 

이틀동안 손 놓고 성공한 건 다섯번 미만이랄까? 계속 실패하고 물을 먹으니 그만두고도 싶었는데,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고 내가 멈추면 일행인 오빠도 마음이 안편할 것 같아서 끝까지 시도해봤다.

 

어쨌거나 남는 건 사진이라고, 나같은 초보는 타지도 못할 숏보드를 빌려 설정샷을 찍었다.

이 때는 서핑 이틀차인데, 첫날 서핑하고 나오면 석고대죄 스타일이 된다는 걸 알고 야무지게 디스코머리로 땋고왔던 모습이다.

덕분에 물에서 나와도 지저분하지 않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루에 두 타임 서핑을 배우고 나면 배가 꼬르륵 종을 울린다.

건강식은 아닌데, 야외에서 먹는 미고랭은 정말정말 별미였다.

헤어지기 전 와얀과 동생들, 함께 서핑한 일행들과 기념사진!

와얀이 디스카운트도 많이 해주고 잘 가르쳐준 게 고마워서 공항 가기 전에 다시 찾아가보려 했는데 일정상 아쉽게도 못했다.

그렇지만 누가 발리에 서핑을 배우러 간다고 하면 정말 강추할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