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2 대학로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

혜화에 1년 정도 산 적이 있어서
대학로 공연을 살면서 꽤 봤는데~

완성도와 몰입도 모두에서 거의 최고다 싶었던 공연!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
각본 훌륭하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무대장치도 예쁘고!!

배경은
미국 동북부 끝에 있는 메인주(maine state)에서도 북쪽으로 머얼리 떨어져 있어,
'거의(almost)' 메인(maine)인 마을의 추운 겨울 금요일 밤.

같은 시각, 같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랑(혹은 사랑이 아닌) 이야기.
러브 액츄얼리가 생각나게 하는 아기자기한 옴니버스 구성.

 

아래는 각 에피소드별. 감상평

통증을 못느끼는 남자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여기서 모티브를 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별로 인상적이진 않은, 싱거운 에피소드.
남자는 이제 아픈 것 리스트에서 사랑을 지우겠지 :)

 

前前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맘이 아팠던 에피소드.
절대 그립다거나 보고싶어서 생각난 건 아니고,
헤어지고 한참 뒤에도 미련이 남아 힘들어하던 게 안쓰러워서(있을 때 잘하지.)

 그래도 인생이 희망적인 건(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본인이 villain(범죄자)라며 힘들어하던 남자에게 새로운 인연 villiat(빌리엇)이 찾아왔다는 것 :)

웨이트리스 빌리엇이 넘 매력적이라 누군가 찾아봤더니
배우 신의정이라고 한다. 기분 좋아지는 배우. 잘 됐으면 좋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준 사랑과 받은 사랑. 헤어지기 위해 다시 돌려놓자는 여자.
끙끙거리며 받은 사랑을 무대로 갖고 들어오는데, 귀여워보였다.  

 나는 아낌없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빠의 생각이 궁금해서
내가 주는 사랑은 얼만큼 될까 물으니,
스위스은행에 꽁꽁 숨겨놔서 아무도 못보고 못가져간다고 ㅋㅋㅋ
내 남친도 귀엽당 :)

처음에는 내가 준 사랑 다 내놓으라는 여자가 이기적으로 보였다가,
오래 사귄 연인이 마땅히 생각해야 할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않는 남자에게 실망했다는 데서 공감하고,
남자가 돌려줄 사랑이 너무 크고 많아서 반지에다가 담을 수밖에 없었단 말에 감동받고
(꺅- 대 to the 박 로맨티스트♥)
몰래 울다가 오빠한테 걸리고 ㅋㅋㅋ

 

가장 웃겼던 에피소드
음 그냥.. 잘.됐.으.면. 좋.겠.다 ㅋㅋ
자기 마음을 깨닫고는 걸을 수 없게 자꾸 넘어지는 캐릭터들.
작가의 상상력이 참 귀엽다.

 

오빠의 소감: "암 걸릴 것 같다"
나는 그냥 안타까웠던 에피소드.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는데,
성공하는(계속되는) 사랑은 설렘 → 편안하고 소중하게,
실패하는(끝나는) 사랑은 설렘 → 좋음 → 지치고 갑갑하게.

서로에게 지친 부부가, 애써도 숨길 수 없는 현재의 상황.
사실 신발이 사라져서가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자는 가정에 소홀해지는 남자에게 서운하고,
남자는 가정을 위해서 일하는 건데 이해 못해주는 여자에게 실망하고.
서로 솔직해진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신발.
그렇지만 관계는 쉽게 회복되진 않겠지...

나에겐 저런 순간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하면서 봤다.

 

가장 신선했던 에피소드
오빠의 소감: "사랑은 타이밍이다" (나도 절대 공감!!)

남자의 키가 왜 줄었냐면, 희망이 사라져서.
단번에 끊어냈으면 차차 회복이라도 될 텐데, 대답을 안 하고 간 바람에 계속 기다리다가.

여자는 그땐 어렸기 때문에 몰랐다 말하지만,
세상 구경하고 돌아와도 상대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 이기심 때문.

나는 사랑은 내가 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우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마치 갑을관계인 것처럼
상대를 이용해먹거나 상대의 베풂을 당연시하는 사람을 보면
참~ 상대뿐 아니라 너도 참 불쌍타 싶다.
(나는 오빠랑 서로 아끼는 사랑-ing라 참 행복하다)

아참, 여배우 얼굴이 익숙하다 싶더니 노수산나였다..

 

가장 사랑스러웠던 에피소드.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여자는 사랑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런 '꼴통' 여자에게 그림으로 마음을 선물하고
다음 단계까지 알려주려는 오랜 친구 남자 >_<